2023.03.24 - 05. 28
공중 곡예로서의 회화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프랑스의 원로 화가 크리스티앙 본느프와의 개인전은 그의 특별한 추상화면이 제시하는 형식적인 실험의 세계와 조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다가온다. 그의 실험은 미술사에서 '회화의 막다른 골목' 이라는 정의될 수 있었던 지점에서 제안된 새로운 방향성이었기에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당대의 지적인 논의들과 다양한 대안들을 재고하고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작가는 특유의 다공성의 천과 그 위에 겹친 콜라주를 근간으로 회화의 절대명제인 평면성을 극복하고 실제적인 공간의 차원으로 진입하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대안자들 처럼 이젤 회화의 포맷을 포기하기 보다는 그 틀을 유지함으로써, 회화의 종말을 무한히 유예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마치 대지 위에 그물망을 설치한 채로 중력을 거슬러 튀어 오르는 공중 곡예를 연상시킨다.







본느프와는 건축 재료로서 벅의 균열을 수리하는데 쓰는 탈라탄 거즈나 트레비라 직물처럼 투명에 가깝게 얇게 투과하는 재료를 회화표면으로 채택했다. 그것은 기존의 막힌 캔버스 천보다 물질성은 더 희박하면서도 더이상 단일한 평면에 머무르지 않는 다층적인 회하를 제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여러 작품 시리즈 중 중추 역할을 하는 바벨(Babel)은 이름 자체에서 이미 수많은 것들을 암시한다. 작각의 지적 사유의 세계를 관통하는 후기구조주의 를 반영하듯, 그것은 구조화된 언어의미 , 회화의 질성와 단일성, 통제하는 화가로서 주체에 벗어나 자유로운 혼돈을 추구한다는 것을 짐작한다. 비닐면 위에 무채색의 물감을 도포한 후 그 위에 탈라탄 메쉬를 덧대고 그 위에 다시 접착제를 섞은 물감을 더해 말린 후 가장 아래의 비밀면을 뗴어내는 작업을 방향을 달리하며 반복한다. 그결과 작가가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지질학적 퇴적물이다. 그 위에 이미 자른다는 행위에서 표면을 파괴한 바 있는 콜라주를 덧대고 자유로운 기회릐 드로잉을 더하면 박막의 적층, 가벼움의 두께(aerial depth)라는 고유의 조형성이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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